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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도 목표도 재설계 필요하다
등록 :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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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S 비중, 온실가스 배출하는 바이오매스・연료전지가 절반
원별 통합 따른 재생에너지 가격경쟁력 낮추는 것도 문제
대부분 선진국 비해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도 소극적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이 발표되며 한국의 에너지 산업 역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과거 원자력 및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내 에너지믹스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 2주년을 맞아 발표한 그동안의 성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간 신규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7.1GW 수준이다.
지난 2018년에는 재생에너지 보급목표인 1.7GW를 2배 초과한 3.4GW의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도 목표치인 2.4GW를 넘긴 3.7GW의 실적이 기대된다.
보급 수치만 놓고 살폈을 때는 순조롭게 재생에너지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봤을때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깨끗한 에너지 확산하자는 데 온실가스 웬말?=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적인 화두다. 이와 관련 나라마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깨끗한 발전원에 많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바탕으로 국내 50만kW 이상 규모의 발전사업자들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발전사업자별로 해마다 정해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체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를 통해 목표치를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전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과 함께 REC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RPS 제도가 당초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업계의 지적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김성환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바이오에너지의 RPS 비중은 34.9%에 달한다. 전체 의무량의 3분의 1정도가 바이오매스 연료로 채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후솔루션이 내놓은 ‘한국 바이오매스 정책의 현주소와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설비 용량은 2012년 RPS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작년 기준 1500MW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 바이오매스 발전설비 대부분 우드팰릿이나 폐기물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만큼 가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있다.
RPS 가중치를 2배나 적용받는 연료전지 발전소도 문제다.
국내 대부분의 연료전지 발전소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LNG를 가열해 발생한 수소를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만든다.
연료전지 발전 시 LNG를 가열하는 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이 발생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료전지 발전소를 청정에너지로 분류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건설 중인 발전소 추진현황을 살폈을 때 ▲율촌청정연료전지 ▲온산연료전지 ▲광양파워연료전지 등 연료전지 발전소 세 곳 역시 LNG를 연료로 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2018년 RPS 비중은 12.7%다.
청정에너지 도입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RPS 제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47.6%나 됐다는 얘기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바이오매스와 연료전지의 부작용은 원별통합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을 낮춘다는 데도 있다.
최근 REC 가격이 2만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중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격하락의 원인으로 태양광·풍력 대비 발전 시간이 길고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에너지 및 연료전지를 꼽고 있다. 시장 내에서 가격이 저렴한 발전원과 경쟁하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풍력 등의 에너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원에 밀리는 상황이 된다는 것.
정부는 이 같은 RPS 가격을 원별 가중치를 통해 조정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규모별로 1REC의 0.7~1.2배를 곱해 가격을 책정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가중치만으로는 원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가 없고 오히려 전체적인 REC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애초에 길게는 하루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를 발전하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 24시간 쉬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나 연료전지와 같은 틀 안에서 경쟁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REC를 거래하는 금액은 세금이 아니라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그러다보니 산업부 측에서는 이를 도깨비방망이처럼 휘두를 수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라며 “사실상 세금도 들이지 않고 요금을 통해 연료전지 산업 진흥 등을 이룰 수 있다보니 RPS에서 제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BAU 대비 37% 감축? 너무 늦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이 내놓은 목표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숫자가 커보일 수 있지만 우선 집중해야 할 것은 BAU다.
BAU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2030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만약 2030년 한국이 100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이를 63으로 줄이겠다는 것.
실질적으로 63의 온실가스는 결국 만들겠다는 소극적인 목표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파리기후협약에 참가한 국가 가운데 BAU를 기준으로 한 곳은 한국과 멕시코, 안도라, 모로코, 에티오피아, 아이슬란드, 케냐 등이다.
반면 선진국들의 경우 대부분 BAU가 아닌 기준연도를 기점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5년 대비 26~28%, 일본은 2013년 대비 26%, 중국은 2005년 대비 60~65%, EU는 1990년 대비 40% 수준이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러시아도 1990년 대비 각각 50%, 40%, 25~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실제 목표를 달성했을 때 한국의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발생 증감률은 224.2%에 달한다. BAU라는 기준을 봤을때는 37%가 줄어들겠지만 1990년 대비해서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1990년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약 2.4억t 수준이었다. 목표 달성시 5.3억t을 배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도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140.1%, 중국도 104.6%에 달할 것으로 계산된다.
이밖에 다른 선진국들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가 절반 수준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줄일 것으로 관측됐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은 각각 -40%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2030년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OECD 국가 평균 감축량과도 같은 수치다.
러시아는 1990년 대비 25%, 일본은 13.6%, 캐나다 13.3%, 미국 12.4%, 호주 2.2% 수준을 감축하게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이는데 한국은 두 배 이상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데 반해 한국은 굉장히 소극적인 목표만 세웠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가 짊어져야 할 책임인 만큼 한국 역시 눈속임식의 목표보다는 실질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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