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며 대·중견기업 비중 늘자 중기부, 조합원 지위 ‘개선명령’

연내 조합원 재구성 불가피, 대응 시나리오 마련 고심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전경.

전선업계가 협동조합 재편이라는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국내 전선산업의 유일한 구심점이던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이사장 류인규)은 조합원 구성에 일대 변혁이 불가피한 상태다.

협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소기업 이외의 조합원은 총조합원수의 20분의 1, 즉 5%를 초과할 수 없다.

현재 전선조합은 65개 조합원 중 약 22%인 14개사가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이다. 법에서 규정한 5%를 넘어선 상태다.

이와 관련,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2월 전선조합에 조합원 지위 개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조합 구성원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불가피한 상태다.

조합은 역사상 초유의 상황에 맞서 사실상 비대위 성격을 지닌 미래통합위원회(위원장 홍성규)를 꾸려 조합 재편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60년 역사 전선조합, 사상 초유 ‘시험대’


이번 사태는 지난해 컨소시엄 입찰 참여 등을 이유로 한국전력이 전선조합의 조합원 구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한전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현재 전선조합에는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일진전기 등 대기업을 비롯해 상당수 중견기업이 포진해 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기업이다. 전선의 경우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이거나 자산규모가 5000억~10조원 미만인 경우 해당한다.

이에 대해 협동조합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올해 말까지 관련 법률에 부합하도록 조합원 구성을 개선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이는 전선조합 60년 역사에서 처음 발생한 초유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조합으로선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조합원 중 대·중견기업의 상당수는 조합 가입 당시엔 중소기업이었지만, 산업 발전 등으로 자연스럽게 외형 성장한 곳이 대부분이다.

반면 전선산업은 초기 시장 진입 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품목과 달리 신규 조합원 유치가 만만치 않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협동조합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중소기업 비율(5%)은 전선조합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강제 탈퇴 시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번 기회에 협동조합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전선업계, 선택지 따라 위기냐 기회냐 ‘공존’

배경을 떠나 관련 법률이 명확히 존재하고 정부 방침이 확고하기 때문에 전선조합은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조합원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기부의 개선명령대로라면, 당장 3월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5%를 초과하는 조합원사를 일부 분할, 즉 탈퇴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일부 조합원은 조합을 탈퇴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조합 미래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은 현재 4가지 정도 선택지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은 중기부의 개선명령 시기를 완화하는 동시에 일부 탈퇴 조합원을 위해 협의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조합 해산 후 재설립하는 방안, 정부의 개선명령을 온전히 이행하는 방안, 행정처분 취소 등 법적 대응 등이 나머지 선택지다.

이 중 현실적으로는 조합원 탈퇴 시기를 늦추면서 전선조합 외에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다른 옵션과 달리 탈퇴 조합원사에 탈출구를 제공하는 동시에 물리적 시간도 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선협회(가칭)나 복수조합을 만들어 범전선 연합회를 구성하는 모양새도 가능하다.

반면 나머지 선택지들은 조합원 저항이나 환불 재원 부족, 소송 승소 가능성 희박 등 현실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

일부 조합원은 탈퇴 시 기존 지분 외에 잉여자산에 대한 배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법적 분쟁 소지도 크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은 현재로선 어디까지나 논의 단계에 불과하고 조합의 최종안은 앞으로 공청회나 조합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홍성규 조합 미래통합위원장은 “우선은 중기부 개선명령을 일정기간 유예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조합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탄력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10여년 전에도 전선협회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번 기회를 좀 더 포괄적인 연합회를 구성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전선은 컴파운드나 비철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30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데 조합 하나로 산업을 대변하는 데 한계성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전선산업의 구심점을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